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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숙주

by 곰곰언니 2025. 4. 11.

신숙주는 태종 17년(1417) 나주목에서 태어나 7세 때 아버지를 따라 한성부에 올라왔다. 세종 20년(1438) 22세 나이로 식년시 진사시에 1등 1위(장원)로 급제하였으며 세종 21년(1439) 친시 문과에 을과 3위로 급제하여 전농시직장을 시작으로 벼슬길에 올라 훗날 45세라는 젊은 나이에 영의정까지 지냈다. 통상적으로 조선의 관료는 1품 승진에 3년이 걸렸는데 과거 합격도 합격이고 순전히 날짜만 채워서 종9품에서 정1품까지 오르는 데 걸리는 시간은 많으면 51년이다.책을 읽으려고 집현전 숙직을 도맡아서 했다는 일화가 있을 만큼 지독한 독서광이었으며, 소문난 수재이자 책벌레였다. 연려실기술에 따르면 하루는 어느 집현전 학자가 늦게까지 책을 읽다 잠들었길래 세종이 자신의 옷을 덮어줬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야기의 주인공이 신숙주다. 이에 흡족해진 세종은 이후 훈민정음 창제에도 신숙주를 투입한다. 세종은 신숙주를 높이 평가해서 아들인 문종에게 "신숙주는 크게 쓸 인물이다"라며 자주 칭찬했다고 한다. 세종 시절에는 일부러 책을 읽기 위해 남들이 기피하는 궁궐 숙직을 도맡아 했다고 하며 이 때 밤늦게까지 책을 읽다가 그만 책상에 엎드려 잠이 들고 말았는데 세종이 이걸 보고 본인이 입고 있던 곤룡포를 벗어서 덮어 주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가 필원잡기에 수록되어 있다. 당시는 왕권이 서슬퍼렇던 시기였던 데다가, 곤룡포는 왕만 입을 수 있는 옷인지라, 곤룡포를 벗어 준다는 것은 곧 왕권의 이양을 의미했다. 이러한 이유로 임용한 박사는 실제로 곤룡포를 덮어주었다면 신숙주는 그 날로 처형감이라고 했으며, 그래서 곤룡포가 아닌 가죽옷이었을 거라고 설명했다. 왕 본인이 상관없다 하면 넘어갈 수 있기는 해도, 최소한 왕 수준의 책임을 짊어진다는 의미가 강하기에, 잠에서 깨어난 신숙주는 어느 쪽으로든 미칠듯한 공포를 느꼈을 것이다. 이 일화는 어린이용 위인전에서는 보통 훈훈한 미담으로 소개된다.